지난 3월 7일 막을 내린 홍콩쇼는 다이아몬드 산업이 단기적 전망에 의해 좌우되고 있음을 여실히 보여줬다.
라파포트 뉴스와의 인터뷰에 응한 딜러들은 홍콩쇼에 대해 어느 정도 만족하면서도 앞으로 2~3개월 후의 시장 상황에 대해서는 확신하지 못하는 모습이었다. 이들의 가장 큰 걱정은 주얼리 업체들의 수요가 제한적이라는 점이었다. 주얼리 업체들은 중국 구정 시기에 소진된 상품을 다시 채워 넣기 위한 제한적인 구매를 시행할 뿐, 그 이상의 구매는 없었다. 또한 모든 이들의 관심은 시장에 최근 유입된 대량의 원석과, 앞으로 몇 달 동안 여기에서 연마돼 시장에 나올 새로운 나석을 모두 흡수할 만큼의 충분한 수요가 있는가 하는 점이었다.
전시업체들을 전화 인터뷰한 결과, 몇 개의 주목할 만한 트렌드를 파악해 낼 수 있었다. (동시에 진행된 두 개의 홍콩쇼의 참가자들이 서로 다른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긍정적인 면을 본다면, 3월 1~5일에 개최된 다이아몬드/유색석/진주쇼의 딜러들은 바이어 수가 예상보다 많았고 작년에 비해 실적이 좋았다는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전시업체들은 몇 달 전만 해도 볼 수 없었던 자신에 찬 거래를 했다. 이번 쇼는 무엇보다 딜러 시장이 2015년의 오랜 정체의 터널을 지나 다시 활기를 되찾기 시작했다는 신호탄이 됐다.
순익 다시 상승
공급업체들이 공급 부족을 이야기 하는 빈도가 지난 몇 개월에 비해 줄어들었다. 다만
주얼리 제조업, 도매업, 소매업계 고객들이 지나친 재고 생성을 피하기 위해 조심스러운 태도를 보였다는 의견이 가끔 있었을 뿐이었다. 또한
다이아몬드 연마 및 무역업체들이 2015년에 과잉 재고 소진에 온 신경을 쏟을 때 가격 하락이 일어났다는 점으로부터 교훈을 얻기를
바란다.
쇼 기간의 가격 안정으로 보아 시장은 공급과 수요 사이에서 잠시나마 균형을 찾은 것 같다. 수요가 서서히 나타나고 있지만 새로운 나석 공급에는 얼마 간의 시간이 걸릴 것이다. 연마업체들이 생산에 들어간 것은 더 이상 금전적인 손해를 감당할 여력이 없기 때문에 앞으로 시장에 적용될 새로운 마진율로부터 확실한 이익을 얻기 위해서이다.
딜러들은 지난 10월부터 나석 가격이 안정된데다 드비어스가 1월에 원석 가격을 내렸기 때문에 순익이 개선됐다고 설명했다. RAPI(RapNet 다이아몬드 가격지수)를 보면, 3월 1일 기준 1캐럿 GIA 감정서 다이아몬드의 RAPI는 5개월 전에 비해 2.2% 상승했으며, 0.3캐럿은 13.2%, 0.5캐럿은 8.3% 상승했다. 라파포트 월간 리포트는 이 기간 동안 가격이 오른 원인이 수요 증가보다는 공급 부족에 있었다고 설명했다. 한 인도의 연마업자는 “원석을 지금 구매한다면 현재 원석 가격이 낮기 때문에 순익이 날 것이다”고 말했다. 한 이스라엘의 딜러는 홍콩쇼에서 일부 원석 업체들이 현재의 낮은 가격에 원석을 팔기 보다는 가격에 저항하며 좀 더 기다리려는 모습을 보였다고 전했다.
대기업과 개인 상점
홍콩쇼에 참가한 바이어들은 공통적으로 급할 게 없는 모습이었다. 홍콩의 한 공급업체
관계자는 “딜러들은 보유 중인 재고가 줄었기 때문에, 주얼리 업체들은 앞으로 3개월 간을 나기 위해 다이아몬드 구매에 나선 것”이라며, 이들이
현재 가격에 적응하는 데에 며칠이 걸렸으나, 결국은 원하는 상품을 사갔다고 말했다.
상품 구매에 적극적인 것은 중소 규모의 개인 상인들이었다. 이들은 중국 구정 연휴 기간 중 주대복, 주생생, 룩푹 등의 대기업보다 높은 매출 증가를 기록한 것으로 보인다.
주대복은 홍콩쇼에 앞서 구정 연휴 기간 매출이 전년대비 29% 감소했다고 발표한 바 있다. 일부 업계인들은 대기업들이 2015년 이전에 사업 확장을 지나치게 빠르게 추진했다며, 이후 순익이 나지 않는 매장들을 정리하면서 재고 수준을 낮게 유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개인 사업자들은 적은 규모의 효과적인 경영을 통해 경제 불안의 영향을 피해 왔다.
일부 대기업들을 고객으로 둔 한 전시업체는 대규모 체인 업체들의 경우 쇼를 통해 구매하지 않는다며, 이보다는 연 계획에 따른 정기적 구매를 시행한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최근에는 이런 대기업들도 재고 관리를 더욱 철저하고 비용 효율적으로 시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주얼리쇼는 한가
이와 같이 쇼에 참가한 전시업체들의 분위기는 개선됐으나 동아시아 지역의 소비자 신뢰도의
상승 신호는 나타나지 않았다. 특히 3월 3~7일에 다이아몬드쇼와 다른 장소에서 개최된 국제주얼리쇼의 전시업체들은 바이어 수가 적었으며, 거래도
많지 않았다고 전했다. 주얼리쇼에 전시 참가한 한 고급 다이아몬드 주얼리 공급업체는 중국, 태국, 인도네시아, 싱가포르의 많은 고객들이 올해는
쇼를 찾지 않았다며 “올해 쇼는 너무 조용해서 상품 판매에 어려움을 겪었다. 다이아몬드쇼 쪽에는 사람이 많았다고 들었는데 왜인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주얼리쇼의 부진의 원인에 대해서는 신중할 필요가 있다. 주얼리 제조 및 도매업체들의 판매가 순조롭지 않았는데도 다이아몬드 딜러들이 상품 구매에 바빴던 이유는 무엇일까? 정답은 이들의 재고가 줄어 판매할 상품이 많지 않았기 때문이다. 거기에다 이들은 오랫동안의 침묵을 깨고 다시 활발한 활동을 하기를 원하고 있다. 이 때문에 딜러들이 구매에 나선 것이다. 하지만 딜러들이 시장을 유지시킬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때문에 3월 홍콩쇼는 판을 바꾸어 놓을 패는 아니었다. 다이아몬드 시장은 중국의 소비 분위기와 중장기적인 전망을 계속해서 조심스럽게 관망하고 있다.
새로운 나석 공급이 미치게 될 영향
현재의 안정된 상태가 2016년 내내 지속될 것인지를 단언할 수
있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라파포트와의 인터뷰에 응한 거의 모든 딜러들은 1월과 2월에 연마 부문으로 흘러 들어온 20억 달러 이상의 원석에
대해 우려를 표시했다. 드비어스는 이 기간 중 12억 달러, 알로사는 7억8,000만 달러의 원석 매출을 각각 기록했다. 한 연마업체 대표는
“수요 충족이 아직 완전히 이루어지지 않았기 때문에 이 중 10억 달러 정도는 소비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나머지 10억 달러의 경우는 확실치
않다. 특히 2분기와 3분기의 여름 비수기에 거래가 둔화되기 마련이므로 더욱 불확실하다”고 말했다. 한 이스라엘의 딜러는 올 들어 판매된 원석이
과잉 공급을 초래, 3개월 후의 나석 가격이 압력을 받게 될지 알 수 없는 일이라며 “홍콩 쇼장에는 긴장된 분위기가 감돌았다. 중국의 주얼리
업체들의 경우 6월 이후를 대비한 구매는 전혀 하지 않고 있었다”고 말했다.
다이아몬드 시장은 재고 관리를 어떻게 할 것인가 하는 고민에 빠졌다. 2014년에는 팽창하는 중국 시장에 공급할 나석 제조를 위해 원석의 소비가 늘어났다. 1년 후 중국의 수요가 제자리에 머물자 나석 공급업체들은 남겨진 나석 재고 소진에 집중하면서 비싼 가격의 원석을 거부하게 된다. 2016년에 미드스트림(연마 및 도매 부문)에서 활동하는 업체들이 줄어든 재고를 다시 채워 넣으려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으며, 이에 따라 원석 수요는 중국의 수요에 별다른 변동이 없는 가운데에서도 증가세를 나타냈다.
업계는 이제 올 들어 공급된 원석의 연마가 완료되기를 기다리고 있다. 시장에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될지 확신하지 못하는 상태에서 말이다. 아마 연마업체들이 현재 가격에서 원석 구매를 결심하게 된 계기는 최근에 연마 수익성이 나아졌기 때문일 것이다. 아마 나석 공급업체들은 앞으로 원석 가격이 인상되고 나석 가격이 떨어지지 않는 한 과잉 공급되는 나석을 계속해서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을 것이다. 시장의 미래가 예측 불가능하다는 점을 고려할 때 이것은 하나의 도박이 될 것이다.
어쨌든 홍콩쇼가 확실하게 보여준 것이 하나 있다면, 그것은 바로 다이아몬드와 주얼리의 유통 체인에 종사하는 어느 누구도 장기적 포지션을 취할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다시 말해, 현재와 같은 시장 환경 속에서 장기적 전략을 수립하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미드스트림에서 활동하는 업체들이 순익을 보전하기 위해서는 활동을 자제할 필요가 있다. 시장도 이런 사실을 인지하고 있다. 하지만 앞으로 3개월 후에 미드스트림 부문에 지나치게 많은 공급분이 남게 될지도 모른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그렇게 되면 나석 가격과 이들의 순익에 압력이 가해지게 될 것이다. 더욱 걱정스러운 것은, 이 때문에 이들의 중장기적 계획 수립이 점점 더 어려워질 수 있다는 점이다.
/ 라파포트 뉴스/ 귀금속 경제신문